4월과 5월에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진주다. 도서관과 북카페에서 강연이 있어 서울역에서 3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진주역을 여…
김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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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00:54
4월과 5월에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진주다. 도서관과 북카페에서 강연이 있어 서울역에서 3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진주역을 여러 차례 오갔다. 처음에는 KTX치고도 제법 오래 걸리는 역이라는 정도의 감흥밖에는 없었으나, 세 번째쯤 갈 때는 친밀감이 느껴졌다. 진주가 김장하 선생이 한약방을 운영하던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는 더욱 그랬다. 다른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충격을 안고 봤던 터라 이곳이 그곳이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감회가 느껴졌던 것이다.
김장하 장학생 김종명씨가 김장하 선생에게 장학금을 받고도 특별한 인물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자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다”고 답했다던 일화는 유명하다. 이 일화는 김장하 선생 취재기를 담은 『줬으면 그만이지』에도 등장하는데, 이를 소개하면서 김주완 기자는 김장하 장학금의 중요한 특징으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를 꼽는다. 그렇게 많은 돈을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기꺼이 내어주면서 어떻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하다못해 자신이 이 사회에 기여했다는 보람이라도 느껴야 하지 않는가.
조건 없이 내어주는 일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에서 철학연구자 지카우치 유타는 사회를 움직이는 증여의 특징을 정리한다. 발신인이 드러나지 않을 것, 수취인이 오랜 시간 후에 깨달을 것, 그리고 수취인이 다시금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증여할 것.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어떤 생색도 내지 않은 채 기꺼이 뭔가를 건네는 일이 세계를 지탱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김장하 선생을 보며 이 내용을 떠올린다. 그는 돈을 내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기꺼이 내어주는 어른의 삶’ 자체를 증여했다. 그 사실이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남아 또 다른 증여를 위한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다리에 올라서니 시원한 강바람에 설렘이 앞선다. 호수 같이 잔잔한 초겨울 한강, 서쪽을 보니 행주산성, 방화대교가 눈에 담기고 동쪽은 월드컵대교, 여의도 빌딩숲 차지이다. 1.7km 길이의 가양대교를 건너면
과 이어진다. 맹꽁이와 무당개구리, 뱀 등이 집단 서식한다는
은 총면적 약 5만 6,000㎡,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생태습지원을 만나다니 그동안의 노력에 감사드리고 싶다.
가평빠지
" 스발바르의 겨울철 온난화가 녹는점에 도달하고 있다. 지난 2월 이례적으로 높은 기온과 강우량으로 눈이 광범위하게 녹고 녹은 물이 곳곳에 웅덩이를 형성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영국 런던 퀸메리대 제임스 브래들리 교수팀은 22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논평에서 지구에서 온난화가 가장 빠른 곳 중 하나로 꼽히는 북극에서 겨울철에 이상 고온으로 눈이 녹고 식물이 싹을 틔우는 등 극적이고 우려스러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브래들리 교수는 "빙하 끝자락의 물웅덩이나 맨땅의 초록빛 툰드라 위에 서 있는 것은 충격적이고 비현실적이었다"며 "풍경을 덮고 있던 두꺼운 눈은 며칠 만에 사라졌고 챙겨온 장비는 다른 기후에서 가져온 유물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스발바르는 '항상 얼어 있는 북극 겨울'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으나 이제는 온난화가 세계 평균보다 6~7배 빠르게 진행되고, 겨울 기온 상승은 연평균 상승률의 거의 두 배에 달해 기후변화 최전선에 놓여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지난 2월 스발바르 뉘올레순에서 2주 동안 진행한 현장 연구에서 확인한 스발바르의 겨울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전에는 혹한에 대비해 보온복, 두꺼운 장갑, 패딩 등을 갖추고 현장에 나갔으나 이번에는 빙하 위에서 맨손으로 비를 맞으며 작업해야 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가평빠지펜션
공동 저자인 라우라 몰레라르 몬카요 연구원은 "이번 야외조사 목적은 갓 내린 신선한 눈을 연구하는 것이었지만 2주간 대부분 비가 내렸고 신선한 눈은 단 한 번 채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런 직접적 경험은 지구 평균보다 북극 지역이 훨씬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는 북극 증폭 예측을 뒷받침할 뿐 아니라,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고 기온이 섭씨 0℃라는 해빙 임계점을 넘는 것은 물리적 환경, 지역 생태계의 역학, 북극 겨울철 과학 연구 방식 전반에 걸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겨울철의 급격한 변화는 북극 생태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겨울철 온난화는 미생물의 탄소 순환부터 북극 생물들의 생존까지 다양한 과정을 교란할 수 있고, 이런 현상은 영구동토층 해빙, 미생물에 의한 탄소 분해, 북극 전역의 온실가스 방출을 가속하는 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가평빠지패키지
또 눈과 얼음이 녹은 물이 얼어 있는 지면 위에 고이는 현상은 일시적으로 광대한 호수를 형성, 넓은 지역을 덮은 눈을 사라지게 해 지면을 노출시킴으로써 식물 확산 등 생물학적 활동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논평에서 북극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계절인 겨울에 대한 데이터와 이해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며 겨울철 북극 모니터링에 대한 투자를 시급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브래들리 교수는 "기후정책은 북극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의 중심에 겨울이 있다는 현실을 따라잡아야 한다"며 향후 정책 결정은 사후 대응에서 예측 중심으로 전환하고 겨울을 위험이 집중되는 핵심 계절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James A. Bradley et al., 'Svalbard winter warming is reaching melting point',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5-60926-8
살랑이는 봄바람 속에서 겨울의 경주가 문득 떠오른다. 눈 내리던 날, 물결 위에 고요히 반사되던 월정교와 흰 눈에 덮인 동궁과 월지의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고 유채꽃이 햇살처럼 번지는 봄날의 경주도 물론 아름답지만, 진짜 경주의 낭만은 계절의 틈, 흔치 않은 순간 속에 숨어 있다. 이번 호 <오늘 뭐 보지?>에서는 영상 콘텐츠 대신 겨울의 경주를 여행지로 소개한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풍경이 아닌, 조용한 계절 속에서 마주한 경주의 또 다른 얼굴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
발리다이빙
2024년 겨울의 어느 날, 퇴근 후 불현듯 길을 나섰다. 지친 하루를 달래며 조용한 길을 걷고 싶었다. 그날따라 눈이 내렸고, 달빛은 유난히 차분했다. 월정교에서 시작된 산책은 마치 오래된 도시와 나만의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을 남겼다.
월정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다리는 은은한 조명으로 감싸여 있었다. 조명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스함을 품고 있었고, 강물 위에 투영된 다리의 형상은 현실보다도 더 신비로웠다. 이따금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곳의 정적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았다. 교촌마을로 들어서자, 전통 가옥의 지붕마다 눈이 포근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기와 위에 쌓인 눈은 오래된 집들을 감싸는 이불 같았고, 사람들의 흔적은 눈 아래 고이 덮여 있었다. 밤의 경주는 말이 없었다. 대신, 눈송이가 흩날리며 이 도시의 기억을 천천히 들려주고 있었다.
걷다 보면 결국 도착하게 되는 곳, 동궁과 월지. 고대의 시간을 품고 있는 이 연못은 늘 아름답지만, 눈 내린 겨울밤의 모습은 좀처럼 설명이 되지 않는다. 얼어붙은 수면 위로 부서지는 달빛, 궁궐을 비추는 조명의 흐릿한 반사, 그리고 하얀 눈을 머금은 소나무들. 모든 것이 과장되지 않고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람의 기척이 거의 없는 시간, 그 풍경은 스스로 빛나며 누군가의 기억 속으로 걸어 들어가듯 깊이 파고들었다.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추위는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이곳의 시간은 낮보다 밤에 더 가까운 곳에 있는 게 아닐까. 동궁과 월지의 불빛은 물 위에서 흔들리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사람들은 대개 봄의 경주만을 기억한다. 하지만 눈 내린 겨울밤의 경주는 아주 드물게 열리는 비밀의 문 같다. 혹시나 그 문을 마주하게 된다면, 반드시 천천히 걸어보길. 조용한 발걸음 속에 천 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으니까.
1 월정교의 고즈넉한 정취를 만끽했다면, 교촌마을로 발걸음을 옮겨보세요. 한옥 사이로 퍼지는 전통의 향기가 여행의 감성을 더해줍니다. 고즈넉한 마을길 산책 후엔 경주향교와 최부자 고택을 돌아보며 역사 공부도 할 수 있는 알찬 코스입니다. 물레 체험, 한복 대여, 떡매치기, 화과자 만들기 등 체험 거리도 풍성하니 꼭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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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궁과 월지 인근에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거리 황리단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감성 카페, 공방, 소품 숍, 맛집 등이 밀집해 있으며, 시간 여행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경주만의 색다른 매력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께 황리단길은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입니다.
김장하 장학생 김종명씨가 김장하 선생에게 장학금을 받고도 특별한 인물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자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다”고 답했다던 일화는 유명하다. 이 일화는 김장하 선생 취재기를 담은 『줬으면 그만이지』에도 등장하는데, 이를 소개하면서 김주완 기자는 김장하 장학금의 중요한 특징으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를 꼽는다. 그렇게 많은 돈을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기꺼이 내어주면서 어떻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하다못해 자신이 이 사회에 기여했다는 보람이라도 느껴야 하지 않는가.
조건 없이 내어주는 일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에서 철학연구자 지카우치 유타는 사회를 움직이는 증여의 특징을 정리한다. 발신인이 드러나지 않을 것, 수취인이 오랜 시간 후에 깨달을 것, 그리고 수취인이 다시금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증여할 것.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어떤 생색도 내지 않은 채 기꺼이 뭔가를 건네는 일이 세계를 지탱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김장하 선생을 보며 이 내용을 떠올린다. 그는 돈을 내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기꺼이 내어주는 어른의 삶’ 자체를 증여했다. 그 사실이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남아 또 다른 증여를 위한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다리에 올라서니 시원한 강바람에 설렘이 앞선다. 호수 같이 잔잔한 초겨울 한강, 서쪽을 보니 행주산성, 방화대교가 눈에 담기고 동쪽은 월드컵대교, 여의도 빌딩숲 차지이다. 1.7km 길이의 가양대교를 건너면
과 이어진다. 맹꽁이와 무당개구리, 뱀 등이 집단 서식한다는
은 총면적 약 5만 6,000㎡,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생태습지원을 만나다니 그동안의 노력에 감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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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발바르의 겨울철 온난화가 녹는점에 도달하고 있다. 지난 2월 이례적으로 높은 기온과 강우량으로 눈이 광범위하게 녹고 녹은 물이 곳곳에 웅덩이를 형성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영국 런던 퀸메리대 제임스 브래들리 교수팀은 22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논평에서 지구에서 온난화가 가장 빠른 곳 중 하나로 꼽히는 북극에서 겨울철에 이상 고온으로 눈이 녹고 식물이 싹을 틔우는 등 극적이고 우려스러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브래들리 교수는 "빙하 끝자락의 물웅덩이나 맨땅의 초록빛 툰드라 위에 서 있는 것은 충격적이고 비현실적이었다"며 "풍경을 덮고 있던 두꺼운 눈은 며칠 만에 사라졌고 챙겨온 장비는 다른 기후에서 가져온 유물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스발바르는 '항상 얼어 있는 북극 겨울'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으나 이제는 온난화가 세계 평균보다 6~7배 빠르게 진행되고, 겨울 기온 상승은 연평균 상승률의 거의 두 배에 달해 기후변화 최전선에 놓여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지난 2월 스발바르 뉘올레순에서 2주 동안 진행한 현장 연구에서 확인한 스발바르의 겨울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전에는 혹한에 대비해 보온복, 두꺼운 장갑, 패딩 등을 갖추고 현장에 나갔으나 이번에는 빙하 위에서 맨손으로 비를 맞으며 작업해야 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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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저자인 라우라 몰레라르 몬카요 연구원은 "이번 야외조사 목적은 갓 내린 신선한 눈을 연구하는 것이었지만 2주간 대부분 비가 내렸고 신선한 눈은 단 한 번 채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런 직접적 경험은 지구 평균보다 북극 지역이 훨씬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는 북극 증폭 예측을 뒷받침할 뿐 아니라,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고 기온이 섭씨 0℃라는 해빙 임계점을 넘는 것은 물리적 환경, 지역 생태계의 역학, 북극 겨울철 과학 연구 방식 전반에 걸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겨울철의 급격한 변화는 북극 생태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겨울철 온난화는 미생물의 탄소 순환부터 북극 생물들의 생존까지 다양한 과정을 교란할 수 있고, 이런 현상은 영구동토층 해빙, 미생물에 의한 탄소 분해, 북극 전역의 온실가스 방출을 가속하는 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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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눈과 얼음이 녹은 물이 얼어 있는 지면 위에 고이는 현상은 일시적으로 광대한 호수를 형성, 넓은 지역을 덮은 눈을 사라지게 해 지면을 노출시킴으로써 식물 확산 등 생물학적 활동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논평에서 북극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계절인 겨울에 대한 데이터와 이해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며 겨울철 북극 모니터링에 대한 투자를 시급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브래들리 교수는 "기후정책은 북극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의 중심에 겨울이 있다는 현실을 따라잡아야 한다"며 향후 정책 결정은 사후 대응에서 예측 중심으로 전환하고 겨울을 위험이 집중되는 핵심 계절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James A. Bradley et al., 'Svalbard winter warming is reaching melting point',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5-60926-8
살랑이는 봄바람 속에서 겨울의 경주가 문득 떠오른다. 눈 내리던 날, 물결 위에 고요히 반사되던 월정교와 흰 눈에 덮인 동궁과 월지의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고 유채꽃이 햇살처럼 번지는 봄날의 경주도 물론 아름답지만, 진짜 경주의 낭만은 계절의 틈, 흔치 않은 순간 속에 숨어 있다. 이번 호 <오늘 뭐 보지?>에서는 영상 콘텐츠 대신 겨울의 경주를 여행지로 소개한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풍경이 아닌, 조용한 계절 속에서 마주한 경주의 또 다른 얼굴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
발리다이빙
2024년 겨울의 어느 날, 퇴근 후 불현듯 길을 나섰다. 지친 하루를 달래며 조용한 길을 걷고 싶었다. 그날따라 눈이 내렸고, 달빛은 유난히 차분했다. 월정교에서 시작된 산책은 마치 오래된 도시와 나만의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을 남겼다.
월정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다리는 은은한 조명으로 감싸여 있었다. 조명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스함을 품고 있었고, 강물 위에 투영된 다리의 형상은 현실보다도 더 신비로웠다. 이따금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곳의 정적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았다. 교촌마을로 들어서자, 전통 가옥의 지붕마다 눈이 포근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기와 위에 쌓인 눈은 오래된 집들을 감싸는 이불 같았고, 사람들의 흔적은 눈 아래 고이 덮여 있었다. 밤의 경주는 말이 없었다. 대신, 눈송이가 흩날리며 이 도시의 기억을 천천히 들려주고 있었다.
걷다 보면 결국 도착하게 되는 곳, 동궁과 월지. 고대의 시간을 품고 있는 이 연못은 늘 아름답지만, 눈 내린 겨울밤의 모습은 좀처럼 설명이 되지 않는다. 얼어붙은 수면 위로 부서지는 달빛, 궁궐을 비추는 조명의 흐릿한 반사, 그리고 하얀 눈을 머금은 소나무들. 모든 것이 과장되지 않고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람의 기척이 거의 없는 시간, 그 풍경은 스스로 빛나며 누군가의 기억 속으로 걸어 들어가듯 깊이 파고들었다.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추위는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이곳의 시간은 낮보다 밤에 더 가까운 곳에 있는 게 아닐까. 동궁과 월지의 불빛은 물 위에서 흔들리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사람들은 대개 봄의 경주만을 기억한다. 하지만 눈 내린 겨울밤의 경주는 아주 드물게 열리는 비밀의 문 같다. 혹시나 그 문을 마주하게 된다면, 반드시 천천히 걸어보길. 조용한 발걸음 속에 천 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으니까.
1 월정교의 고즈넉한 정취를 만끽했다면, 교촌마을로 발걸음을 옮겨보세요. 한옥 사이로 퍼지는 전통의 향기가 여행의 감성을 더해줍니다. 고즈넉한 마을길 산책 후엔 경주향교와 최부자 고택을 돌아보며 역사 공부도 할 수 있는 알찬 코스입니다. 물레 체험, 한복 대여, 떡매치기, 화과자 만들기 등 체험 거리도 풍성하니 꼭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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